요즘 금요일 밤에 나름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1박2일이나 무한도전 처럼 웃음이 빵빵 터지는 것도 아니고, 막장 드라마처럼 욕하며 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잔잔하고 수수하지만 유쾌하고 발랄합니다.

동시간대에 경쟁하고 있는 스타부부쇼 자기야의 강렬함과 자극적인 맛에 비교하면 이 프로그램은 무색 무취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청춘불패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처음에 이 프로그램이 한다고 했을 때 그 기획의도에 대해서 회의적이었습니다.

산골 농가에 떨어진 7명의 대한민국 최고 인기 걸 그룹 소녀들!
그녀들 손으로 직접 일구고 가꿔 완성한 '아이돌 촌'의 모습은 과연?
새로운 마을이 탄생한다! 아이돌 Coming to town~!!

강원도 촌마을 유치리 '웰컴투 아이돌 촌' <아이돌, 신 귀농일기>!!
시골, 그리고 땅에서 펼쳐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소녀시대의 유리, 써니, 브아걸의 나르샤, 티아라의 효민, 시크릿의 한선화, 카라의 구하라, 포미닛의 현아.
이렇게 7명이 한 농촌마을에 모여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냥 일한다고 가서 농민분들이 한창 일하시는데 방해만하고 우스갯소리 하다가
방송 끝나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농촌이라던가 하는 방송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들이
보통, 그곳의 주민분들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끼리 웃고 즐기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청춘불패도 그런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그렇지를 않았습니다.

걸그룹이기 때문에 이쁜척 하면서도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며 게임이나 하고...
놀면서 대충 하겠지... 라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예 주민이 되어버린듯 소도 키우고, 개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그냥 일을 "돕는" 차원이 아니라 밭에 자신들의 마늘, 상추 등을 직접 키우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귀농을 하여 벌이는 일을 보여줌으로써
농촌에서의 생활을 보여준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농민이 생활하는 모습" 또는 "연예인이 하루 여행온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쳤다면
이 프로그램에서는 장기간 "귀농"을 하여
농사짓는 방법, 닭이나 소를 키우는 방법, 고추장, 된장 만드는 방법을
이들 G7이 하는 경험을 통하여 보여주는 것이죠.







사실... 우리나라 10~30대 중에서 이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농촌 출신분들은 알겠지만, 도시출신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은 어디가서 배워오지 않는 한 알기 힘듭니다.

저도 아버지가 농촌출신이지만, 저 자신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이런 경험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15회 정도 다녀온 농활에서 어느정도 경험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상당히 단편적인 경험들 뿐이지요.

이들 G7이 보여주는 이러한 경험들은 시골생활에 대한, 농촌 생활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킬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관심은 시청자들의 농촌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서양음식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은 우리 먹거리를 싫어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G7 아이돌들이 직접 두부도 만들어 먹고, 야채도 길르고,
나물 등 이것저것을 캐서 먹는 모습들을 본다면 아마,
청소년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며 그 경험은 우리 먹거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4월 9일 방영된 청춘불패에서는 나물은 돈나물 밖에 안먹어봤다는 써니도
자신이 직접 캔 냉이를 꼭 먹어보겠다고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를 본 누군가가 어? 냉이? 오늘 저녁 반찬으로 올라왔지만 나는 안먹었는데..
내일 아침에는 나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라고 생각을 한다면,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 아닐까요?

사실 우리는 지나칠 정도의 개발 위주의 성장정책으로 인하여
농촌을 그저 개발의 대상이나 낙후된 삶이라고 인식하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G7의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의 농촌에 대한 관심이 살아난다면
그래서 우리 농촌이 경쟁력을 조금이나마 갖출 수 있다면
"우리 농촌을 살리자!"라는 백마디 구호보다도 훨씬 강력한 농촌지원책이 될것입니다.

지난 3월 5일 방영분에서
박동진 박사(한국 농어촌공사 전문위원)가 이들 G7에게 한 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할 수 있습니다.

"유치리가 사실 여러분들이 가기 전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가서 보니까 유치리의 중심을 여러분이 만들고 있어요. 근데 지금 이 상태 가지고는 그 빛이 그냥조금 키워가다가 그냥 꺼질 거에요. 근데 바로 이런 체험마을, 이런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만들면은 이웃마을에도 연결시켜 주고 이렇게 되면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그런 힘들이 전국적으로 벌여지면은 우리 놓촌이 잘살고 살기 좋은 곳이 되고,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거기서 나오지 않겠어요?"


이들의 모습이 단순히 예능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체되고 침체되어 있던 농촌의 생활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파문은 큰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이들 G7의 매사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왠지 기대를 하게 되네요 ㅎ

빠르고, 신나고, 자극적인 것들, 그리고 2~3분에 한번씩은 빵빵 터져야 되는 TV 속에서
느림, 기다림, 꾸준함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는,
그리고 우리의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되살릴 수 있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 신선합니다. 그리고 감사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G7이 아이돌이 아니라 "아이돌 출신 연예인"이 될때까지도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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