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한자병기 표기와는 다르게 현재는 웬만한 곳에서는 한자병기를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자 교육을 소홀히 하며, 한자를 교육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들까지 종종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말의 절대 다수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한글 교육만 이뤄질 경우 그 단어의 의미나 정확한 어감을 제대로 살리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한자의 경우 영어나 우리말과는 다르게 그 글자 하나 하나가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 글자의 의미를 알고 있을 경우 모르는 단어라고 하더라도 그 단어의 뜻을 유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단어 자체로는 처음 보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의미를 대략적으로나마 유추를 할 수 있다. 이는 한자를 쓰거나 읽는 것과는 다른 의미이다. 개별의 한자를 읽거나 쓸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한글로나마 그 음과 의미를 알고 있다면 글을 읽을 때 별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말을 배울 때 대부분 교재에 있는 단어들을 위주로 배우게 되는데 이럴 경우 조어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학교, 학문, 학생, 학과 등의 단어를 익힐 때 개별 단어로 그 의미를 익히고 알아가려면 한국어를 배우는데 있어 어려움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런 점은 학문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울 경우에는 더욱 더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학 이라는 글자가 ‘學’ 배우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학교, 학문, 학생, 학과 등의 단어가 모두 배우다라는 의미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조금 더 손쉽게 한국어를 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글자를 익혀서 글을 읽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글은 곧 문화요, 그 사람들의 사상이 담겨있는 것이다. 즉 우리가 쓰고 있는 한자어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 문화를 관통하는 생각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리고 그 쓰임을 알아간다는 것은 그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비단 글자를 읽게 하고 말을 하게 한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문화를 알리고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 역시 한국어를 가르치는 목적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에게 한자어의 의미와 내용을 읽을 수 있는 눈을 키워주어야 할 것이며, 그 전에 우리가 먼저 이 내용들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를 읽으며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 과연 내가 우리 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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