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에서 출연진 7인이 청춘에게 하고싶은 말을 쏟아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하여 30분씩 강연을 한것. 4월 초인가에 이 소식을 인터넷에서 접하였을 때 무슨 이야기를 할까? 가장 기대가 되고 궁금했던 사람이 이경규와 김국진이었다. 두 사람 모두 연예계 생활을 오래하여 순간에 대처하는 내공이 깊은데다가 인생에서 많은 굴곡을 겪은 바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속깊은 울림이 전해지지 않을까 해서였다.

방송을 보고나니, 역시 이경규와 김국진이었다. 그들의 강연은 솔직했고, 그들의 삶과 사상을 투영하고 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울림은 더욱더 깊고 컸다. (물론 다른 5인, 특히 윤형빈의 강연도 놀라웠다.)




이경규와 김국진은 강연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관객들과 호흡하며, 청중들을 지배하고, 살아있는 이야기 속에서 교훈을 이끌어낸 것이다. 강연은 지식을 전달해야하는 강의와는 다르게 주어진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강의의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강의
학문이나 기술의 일정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여 가르침.

강연
일정한 주제에 대하여 청중 앞에서 강의 형식으로 말함.


즉 그렇기 때문에 남자, 청춘에게 고함 첫번째 주에 이윤석이 이야기한 "교재를 가지고 강의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처럼 강의와는 다른 강의 스킬이 필요하다. 강의는 있는 사실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좋도록 설명을 해주면 된다. 설명하는 능력, 중요 포인트를 잘 짚어주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혹시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지식을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교재라는 보조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일정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자신이 이야기를 하는 수준을 결정하기도 용이하다.




하지만, 강연이라는 것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식을 전달하는 능력보다는 이야기를 잘 풀어서 하는 능력이 더욱 더 요구된다. 그리고 청중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 이라거나 내가 대체 이 이야기를 왜 듣고 있는거야 라는 식의 이질감이나 반발감을 가진 사람에게 강연을 한다는 것은 기름과 물을 섞는 것보다 더욱 더 어려운 행동이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의 성격상 꽤 많은 강연과 강의를 하였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의 성격상, 민원에 대한 것과 CS 마인드에 대한 부분, 신입직원의 자세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그러나 초반 강연과 강의의 각각의 스킬이 없는 상태에서 하다보니 많은 미숙함이 있었고 그러한 미숙함은 소통의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하였다.

강연에서는 결국 자신이 하려는 핵심 주제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야한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 이야기가 살아있지 않는다면, 결국 그 이야기는 청중의 심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만 맴도는 데 그치게 된다. 남자의 자격 첫번째 강사였던 이윤석의 이야기가 그런 측면이 좀 있다. 물론 지식 전달에 대한 열의는 굉장이 높았으나, 청중들의 반응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데 급급하였기 때문에 제대로 소통을 하지 못하였고, 그 만큼 청중들의 반응도 다소 부족하였다. 하지만, 이경규와 김국진은 자신의 핵심 주제를 잘 전달하였고, 당시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 뿐 아니라 방송으로 그 당시의 모습을 지켜본 시청자들에게도 뜨거운 감동을 전해주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점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냈을까?




우선 강의 초반에 만들어질 수 있는 서먹함과 어색함을 잘 깨나갔다. 이러한 과정을 아이스 브레이킹 이라고 하는데, 훌륭한 강의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김국진과 이경규 뿐 아니라, 윤형빈 역시 이러한 점에서 훌륭했다. 김국진은 들어오자 마자 예~~~를 외치며 실제로 보니 나 귀엽죠 라며 너스레를 떨면서 청중들이 가지고 있는 어색함을 풀어주었다. 또한 자신들이 강연을 하는 것은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먼저 살아봤기 때문이라며 강연의 이유를 설명을 한다.






아이스 브레이킹이라는 것은 그냥 어색함을 풀기 위한 농담따먹기가 아니다. 강의의 본래 주제와 연관성을 가지고 해아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이경규의 아이스브레이킹은 완벽하였다. 들어오자마자 왔다갔다하지 말라며 호통을 치는 모습. 그러나 그러한 강사의 강연 주제가 화를 내지 말자라는 아이러니함에 청중들은 모두 웃음바다가 되며 어색함과 서먹함이 일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호통도 평상시 방송에서 욱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던 이경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이정진이나 이윤석이 이렇게 화를 내었다면 어색함과 서먹함이 더 커졌을 수도 있다. 김국진과 이경규는 이러한 아이스브레이킹을 통하여 강연 초반의 서먹함을 없애고 청중들의 마음을 열어내며 더욱 더 빠르게 같이 호흡을 하게 된다.



그 후 이 둘은 청중을 완벽히 지배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 여러 유형의 선생님이 있었는데 아무런 이야기 없이 지루하게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있었는가 하면, 적절히 유머를 섞어가며 수업을 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이런 선생님들 중에서 (수업에 대한 완벽한 자발적인 참여를 하는 학생들이 아닌 이상) 적절히 유머를 섞어서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수업에 학생들이 좀 더 많은 참여를 하게 된다. 강의를 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여유가 있는 선생님이 강의와 연관된 유머를 함으로서 학생들이 내용을 받아들이기 쉽도록 장치를 마련해준다. 이경규와 김국진도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를 좀 더 재밌게 하여 청중들이 강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청중들이 좀 더 잘 들어줬으면 하는 부분에서는 템포를 조절하며 청중들의 반응을 끊임없이 이끌어내었다. (윤형빈의 강연은 강약조절이 다소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경규와 김국진의 강연이 (그리고 윤형빈의 강연도)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그들의 삶에서 녹아나온 살아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 7인의 강연의 주제는 어찌보면 실질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실제적인 예를 들지 않고 이야기한다면, 그저 자기계발서를 읽는 수준으로 그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인생에서 자신들이 깨닫고 느꼈던 인생의 교훈을 그들이 직접 겪은 사건들을 바탕으로 이야기함으로서 청중들에게 삶을 바라보며 해쳐나갈 수 있는 참된 지혜를 느끼게 해주었다.

김국진의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지만,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안전바가 있어서 언제든 도전하고, 넘어져도 또 다시 도전하라는 가르침. 그리고 이경규의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은 무거운 짐이라 느껴질 수 있지만, 어려움을 참고 힘든 것을 이겨내면, 그 끝에는 행복한 열매가 있다는 가르침. 아마 이 이야기를 그져 개론적으로 설명하듯 이야기하였으면, 지루하기 짝이없는, 들으나 마나 한 강연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인생 속에서, 자신들의 삶 속에서 살아있는 이야기를 하였기 때문에 그 큰 울림이 청중들의 마음에 들어온 것이다.



앞으로 자신의 롤러코스터는 올라가는 일이 남아있다는 김국진. 앞으로 30년동안 더 방송생활을 할것이라는 이경규. 많은 일을 겪은 이들 두 코메디언의 강연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졌고 불타올랐다. 이러한 감동을 주는 것이 진정한 강연의 맛이 아닐까? 이날 두 강연에서 지금까지 이들이 걸어온 우직함과 강인함이 느껴졌다. 이러한 힘이 지금까지 있어온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이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한 힘이 아니었을까? 이 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우리들 곁에 남아있을 이경규와 김국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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