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에는 스포일러가 전혀 없습니다 ^^)






저에게 군대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고, 대학도 서울에서 다녔기 때문에
집을 벗어나서 단체생활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기도 하였고,
각지에서 올라온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군대는 어떻냐 는 가족과 선배들의 질문에
"가길 잘했다, 이런 경험은 아마 또 하기 힘들 것 같다" 라고 답변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군대 때 강원도 최전방 GOP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우리나라 GOP 중 두번째로 높은 곳이라는 꽤 험한 곳이었음에도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하겠냐는 매우 긍정적인 마인드로
(주변 사람들 모두 저에게 역대 최강 긍정모드라고 하네요 ㅎ)
그 생활 속에서 재미를 찾아가려고 노력하며 지냈습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북한과 원만한 관계도, 그렇다고 요즘처럼 극악으로 치닫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멀리 북한군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실제로 보이는 곳이었음에도
별다른 두려움없이 그저 내 할일만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군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철책근무에 투입이 될 때나, 훈련 중 사격을 하게 될 때 긴장하기는 했지만,
평소 생활태도에서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거나 할 뿐,
온몸이 쭈삣쭈삣 서는 경험을 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만약, 제가 실제 전투 상황이었다면?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 속에서 여러번 살아돌아온 병사였다면, 그리고 그 상황을 즐긴다면...

허트로커.
미국의 이라크전에 투입된 폭발물 제거반 EOD 의 모습을 통해서
전쟁이 인간의 내면과 본능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 같아서 종종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
(The rush of battle is often a potent and lethal addiction, for war is a drug)
라라고 하는 전 뉴욕타임즈 기자인 크리스 헷지스 (Chris Hedges)의 말로 시작합니다.

중독 (명)

1.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2.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3.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중독을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본 결과 중독은 이러한 뜻을 가지고 있네요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중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사실 중독이란, 강력한 자극에 뇌가 빠져들어서,
그 자극이 없는 상태로는 일상생활을 영유하기 힘들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할 것입니다.

이러한 것은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우는 개념인 "역치"의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역치란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 즉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뜻합니다.

우리의 감각이 10 이라는 자극에 대해 반응이 일어난다면,
그보다 작은 9라는 자극에 대해서는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15라는 자극이 주어진다면, 우리의 신체는 반응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15라는 자극이 꾸준이 주어졌을 때 , 우리는 처음 반응이 가능했던 10이라는 자극에서는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같은 크기의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역치가 올라가서
더 큰 자극을 주기 전에는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감각의 순응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인데요.

전쟁이라는 큰 자극 속에서 살아가다보면,
특히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오래동안 서 있다보면
일상 생활에서는 결국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전쟁터에서 처음에는 죽은 사람을 보고 놀라겠지만, 나중에는 아무렇지 않게 되겠지요.

바그다드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 EOD의 톰슨 팀장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목숨을 잃어
후임으로 온 제임스 팀장은 900개에 가까운 폭발물을 제거한 베테랑이지만,
실생활에서는 시리얼 하나 사오라는 아내의 요청에도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는
일상생활에는 적응치 못하는 인물입니다.



그거 알아?
너도 나이가 들면 지금 네가 좋아하는 것들은
더이상 특별하지가 않아

놀이상자도 그렇고
아마도 그저 스프링이랑 인형 뿐이라는 깨닫게 되겠지

니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런식으로 다가온다구

그리고 내 나이쯤 되면 너한테 의미가 있는건 한두가지로 줄어들거야
내 경우엔, 하나뿐이지

(영화 속 대사)



전쟁이 아니면 아무런 흥미를 못느끼게 되버린 한 인간.
영화는 이 인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줍니다.






허트로커.
아카데미에서 6개 부문을 수상하였습니다.
그것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작품에 대한 주요 부분을 다 휩쓸었는데요,

사실 이번 아카데미 때 허트로커를 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대체 어떤 영화길래 저렇게 휩쓰는거야? 생각하며 개봉되기 만을 기다렸었는데
기다렸던 보람이 있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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