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번 6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것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최근 영화 박쥐를 보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이기도 하고, 송강호, 신하균의 연기력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기에 이 영화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물론, 박찬욱 감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왠지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후에 나는 거장이요~~ 라고 하는 듯 작품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좀 나으려나? 라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보고 난 느낌은... 추상화를 본 느낌이다. 물론 작품 내용 자체가 너무 난해하다거나 이해하기에 정말 힘들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쉽지 않다. 누군가 이야기했던 슬림하게 편집되어 있는 영화의 전개는 물론 작가의 의도한 바이겠지만, 관객들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갑자기 그가 죽었다 살아난다던가, 흡혈귀가 되는 과정이라던가, 그 이후 혼돈 같은 것들 모두 설명이 없다. 그저 리코더를 불다 피를 쏟다가 수술대에서 죽음을 맞이하였으나, 갑자기 그가 살아나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 이후 한동안 관객들은 송강호가 왜 흡혈귀가 되었는지 궁금증을 참으며 영화를 볼 뿐이다.





이런 슬림한 편집은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오히려 브레히트의 서사극에 가까운 극적 전개를 보여준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 이것이었을까. 극적인 몰입을 의도적으로 방해함으로서 극적 인물들에게 객관성을 유지하고 그럼으로 인하여 작가가 곳곳에 설치해놓은 장치와 기호를 깨닫게 하려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거장의 작품은 불편하다. 저것은 무엇일까? 왜 저렇게 했을까? 의도를 파악해야하고, 작품을 보는 내내 왜? 라는 질문이 샘솟게 만든다.

앞서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 추상화를 본 것같다고 하였다. 추상화. 흔히 미술관에 가면 무제로 되어 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그런 작품들 중 작가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기 힘든 작품들 또한 많다. 작가의 설명, 이 작품은 이러이러한 의도를 가지고 표현을 하였다 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라고 돌아서게 만드는 작품들. 그러나 그럼에도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찬사를 받는 추상화.

만약 이 영화를 박찬욱 감독이 아닌 신인 감독 또는 전작들이 흥행성 또는 작품성에서 모두 실패한 감독들이 만들었다고 하여도 뛰어난 영화라는 평을 받았을까? 혹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 이라는 후광효과 때문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좀더 친절했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쉽게 이해하고 느끼면서 감독이 의도한 바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면, 진정한 거장이 되지 않을까 한다.

p.s. 참고로 이 영화를 보는 도중 관객의 1/6 정도가 중간에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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