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우리나라에 텐프로 라는 술집 부류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러한 술집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도 궁금하다.

지난 금요일에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인지, 정규방송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제동의 황금나침반의 기획의도는 이렇다고 한다.

"방황하는 청춘의 인생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와 경륜으로 무장한 장년 독설가들이 나섰다.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20~30대 청년들과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언과 독설을 서슴지 않을 막강 호스트들(패널)과의 치열하고 거침없는 토크!!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아슬아슬한 토크를 통해 방황하며 고민하고 있는 청년 출연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독설가 패널들에게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


황금나침반의 한 장면


즉 방송을 보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20~30 대 청년들에게
방송을 통한 간접적인 고민해결의 기회를 제공하여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다가갈 수 있게 하고,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청년들의 고민에 대해 알게하여 소통의 기회를 삼으며,
재미와 유익함과 교양까지 잡아보자! 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방송은... 우물안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데려와서
지금 청년들 중에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라는 식의
자극적인, 옐로 저널리즘의 극에 치달은 방송을 보여준 것 같다.

"그저 텐프로라고 하는 술집이 있는데, 이 부류의 술집은 우리나라 상위 10% 이내의 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데~
 그리고 거기 시중드는 여자들이 그렇게 이쁘고 몸매도 좋단다~. 못가봤지??
 근데, 텐프로에 나가는 아가씨 중 한명이 우리 방송에 나오는데... 한번 볼래??"

라는 식이 아니었나 싶다.
첫회여서, 또는 파일럿 프로그램이어야 시청율이 잘 나와 정규편성이 되기 때문에
이런 무리수를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방송의 이런 굴레를 이후 방송들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또한, 케이블 방송들이 공중파와의 싸움에서 어느정도 자기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좀더 자극적이고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이제는 공중파에 대한 시선도 많이 관대해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아이템을 다룰 수 있게 되다니...

그리고, 고민 해결을 위한 직언과 독설. 아슬아슬한 토크. 라고 했다.
정말 아슬아슬하기는 했다. 이거야 원... 술집에 와있는건지... 아니면 이게 과연 방송이 맞는지.
방송의 패널이라고 한다면, 순수히 재미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기 논리가 있어야 하고, 또한 그로 인하여 자기 주장을 상대방에게 어느정도는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하지만,
패널로 나온 5명중...
이외수 님은... 사랑방에서 바둑두시며 농담하시는 거 같고...
정신과 의사와 연애 칼럼리스트? 두 분은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어보였으며
오직 개그우먼 김현숙씨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씨 정도만
상대방에 대한 공격과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투철한 자기 논리를 가지지 못함으로 인하여
상대방의 비웃음과도 같은 장난질에 놀아나기 일수였다.
 
그리고...
가명 김시은 씨로 나온 텐프로에 나간다고 하시던 분.
방송을 보면, 만약 저 사람이 내 주변 사람이었다고 한다면,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살짝 하기는 했지만, 거의 안한것과 같은 음성변조.
얼굴을 가리고 모자이크를 했지만, 눈은 안가리고 나온 얼굴.
물론 30분 정도 분량에서 계속 모자이크 처리를 강하게 하거나, 음성 변조를 한다는 것도
방송상에서 무리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만약 신변보호 등의 이유로 모자이크를 할 것이라면 좀 더 강하게 하거나
아니면 실루엣스크린 같은 것으로 가리고 나오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아직 기획의도에는 못미치는 시작을 했지만,
분명 좋은 기획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인 김제동의 황금나침반.
아직 미약한 첫발일 것이다 믿으며 앞으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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