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유나 킴. Yu-na, Kim. 아마 이 이름으로 세계에서 통하지 않을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의 김연아는 현 시대의 피겨 여왕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자국의 선수만큼의 비중으로 김연아를 다룰 정도로 이제 김연아는 대한민국의 김연아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의 김연아 이기도 하다.

김연아 선수는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200점을 넘었었고, 그랑프리 1차 에릭 봉파르에서는 210점을 넘어 종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계 기록을 갱신한다. 물론, 피겨 스케이팅이 기록 경기는 아닌 만큼 세계신기록 이라는 것이 다른 기록 경기와는 다르게 큰 비중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선수들이 범접하기 힘든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하며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선수가 되었다.





하지만, 11월 그랑프리 5차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김연아 선수는 살짝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여자 싱글 사상 역대 최고점 인 76.28을 기록하였지만 이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넘어지기도 하며 레이첼 플랫에 이어 2위를 하였다. 물론 종합점수에서 1위를 차지하며 5차 그랑프리에서도 우승을 차지 하였지만, 일본에서는 김연아도 사람이었다며 벤쿠버 동계올림픽의 금메달을 노려볼 만 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였다.

이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3번째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도쿄에 도착했다. 하지만, 첫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안도 미키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점수도 자신의 최고점에 10점이상 부족한 65.64점.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라 편파적인 판정이 예상이 되기는 하였지만, 3-3 점프에서도 점수를 얻지 못한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낮은 점수였다. kiss and cry 존에서 점수가 발표되자 김연아 선수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점프에서의 실수, 그리고 완벽한 점프에 대한 편파적인 판정. 그리고 일본 선수의 1위. 평상시와는 다른 2대 부문 연속 2위 (5차의 프리, 파이널의 쇼트). 이는 모두 김연아 선수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환경적 요소였다. 아마 이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프리스케이팅에서 2등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김연아 선수를 탓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피겨 스케이팅은 본인와의 싸움, 집중력 싸움이며 그 어느 경기보다도 심판진의 판정이 중요한데 그 중요한 심판이 김연아에게 적대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아는 이를 이겨내고 프리스케이팅에서 123.22를 얻어 총점 188.86으로 안도미키(185.94점) 를 2.92점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심리적인 압박감과 돌발상황 (연습에서의 스케이트 날의 손상)을 이기고 차지한 우승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는 김연아에게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을 전망할 수 있는 일종의 모의고사라는 의미 부여가 많았다. 하지만 그 모의고사에서 1교시는 다른 경쟁선수에게 성적이 뒤쳐진 상태였다. 그리고 감독관 조차 상대선수에게 유리하였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는 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큰 경험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우선 경쟁상대 중 하나인 조애니 로셰. 그 선수가 벤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선수라서 현지 팬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을 것이며 홈 어드밴티지가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이미 한번 겪었기 때문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쇼트 1위 후 프리 2위 상황에서도 우승 (5차 그랑프리), 쇼트 2위 후 프리 1위로 우승 (그랑프리 파이너) 경험으로 인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위기관리 능력또 이번에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그 전까지의 김연아 선수 보다도 더욱 더 강력한 슈퍼 김연아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5차 그랑프리와 그랑프리 파이널을 통해서 찾아온 것이다.

흔히 김연아 선수의 라이벌로 불리는 아사다 마오. 아사다 마오는 출중한 실력과 외모, 그리고 피겨 선수에 아주 적합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리능력의 부재로 인하여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면에서 위기 관리능력은 아주 중요한 선수의 스탯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한 주요 능력을 이번 대회를 통하여 업그레이드하였다는 점에서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 화이팅!!

p.s. 불모지에 가깝던 종목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면 응원을 넘어 광기에 가까운 집단 행동을 벌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선수들은 이러한 행동에 매우 당황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다. 장미란 선수도 그랬고, 김연아 선수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한다. 혹시 내년 동계 올림픽에 응원을 가신 대한민국 네티즌 여러분, 우리 김연아 선수에게 조용히 힘을 주어요 ^^ 경기 중에는 조용한 관람과 경기가 끝난 후에 뜨거운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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