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가요프로그램을 보다가 이상한 노래들을 듣게 되었다.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는 (내가 보기엔 의미가 없는!) 분절어들의 무한 반복. 저게 어떤 의도나 의미가 있는 문장일까? 아니면 저게 무슨 암호일까? 싶을 정도로 의미를 모르겠는 말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몇년전부터 유행이 되고 있는 후크송의 영향일 것이다.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후크송을 유행시킨 것은 아마 원더걸스가 아닐까 한다.




이들은 2007년의 최고의 희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 Tell me 에서 텔미 라는 가사를 무려 50번 가까이 쏟아낸다 (테테레테 텔미 는 1번으로 쳤다 ^^;;) 그리고 또한 2008년의 희트곡 Nobody 에서는 노바디 라는 가사를 60번 가까이 쏟아냈다. 그리고 "난 다른 사람은 싫어 니가 아니면 싫어" 라는 가사는 저 긴 길이에도 불구하고 7번이나 반복 하였다. 즉 노래 자체에 노바디와 저 위 문장을 빼면 다른 가사는 별로 없는 셈이다. 이 두 노래 텔미와 노바디의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히트로 원더걸스는 국민 그룹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이후 다르 가수들도 후크송을 차용하기에 이른다.





후크송의 시작은 원더걸스 였으나, 후크송의 완성은 소녀시대라고 할 것이다. 2009년 소녀시대를 최고 인기 그룹으로 만든 "Gee"에서 그녀들은 Gee 라는 가사를 50번 넘게, baby, no, oh 를 각 20번씩 이상을 반복하였다. 가사의 절반이 위 4단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짧은 단어들을 계속적으로 반복하였다.

이런 후크송의 무한 반복은, 따라하기 쉬운 특정 멜로디를 계속 들려줌으로써 일종의 세뇌와 같은 효과를 주어 강렬함을 주고는 하지만, 지나친 반복은 가요 자체를 식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전 작곡가, 작사가에 비해 요즘 작곡가, 작사가는 참, 쉽게 돈번다 라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짧은 멜로디 하나 만들어놓고 계속 돌리면 되니 말이다. 물론 이와 같은 후크송을 가지고 가수를 탓할 수는 없다. 인기와 투자 자본의 회수를 위하여 음반 판매와 그 순위에 연연할 수 밖에 없는 기획사에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이다. 가수들의 음악성에 대한 아무런 고민없이 돈이 된다고 하면, 그리고 누군가의 음반이 한번 장사가 되었다고 한다면 무조건적으로 그와 비슷한 음악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식구조. 이와 같은 의식구조가 계속적인 후크송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소녀시대의 Gee 이후 후크송은 좀 잠잠해 졌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잠잠해졌다. 아니, 그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사들의 욕심에는 아직 돈을 더 뽑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보다. 후크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샤이니의 링딩동에서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ring ding dong"이라는 가사를 20번 넘게 반복한다.
(이에 대해서는 얼마전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왕비호가 한마디를 한 적이 있다. 작사가가 가사 참... 쉽게 쓴다며. 가사의 3분의 1 이상이 "ring ding dong ring ding dong, ring diggi ding diggi ding ding ding, ring ding dong ring ding dong, ring diggi ding diggi ding ding ding" 이런 가사가 차지하고 있다. 대체 무슨 뜻인가!


올가을 아브라카다브라 를 노래하며 시건방춤을 춘 브라운 아이즈 걸스. 일명 브아걸! 그녀들의 신곡 Sign에서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숨이가파 mayday dot dot dot dot dot, 맘이 아파 mayday dot dot dot dot dot" 먼소리야? 라고 할 수 있으나 mayday는 항공, 선박에서 쓰이는 비상사태에 대한 조난 구조 신호이다. 그리고 dot dot dot dot dot은 모스 신호의 구조 신호를 뜻한다고 한다. (여기서 dot은 짧게 한번 누르는 신호로서 짧게 다섯번을 누른다는 의미) 그래서 그러니 브아걸의 sign에서는 dot 이라는 단어가 무려 120번!! 반복이 되고 있다.


그리고... 사진을 보고 얘넨 누구야?? 하실지 모르겠지만, 신인그룹 티아라 라고 한다. 이들이 이번에 새로 발표한 곡 "bo peep bo peep(보핍보핍)" 이라는 곡에서 bo peep 이라는 가사는 무려 110번 이 사용되었다. 일반 가사 부분과 보핍보핍 이라고 하는 가사 가 거의 1:1로 사용이 되어 가사 절반이 bo peep 이라는 말로 채워져있다고 볼 수 있다.

요새 패션계에서는 패스트 패션이 대세라고 한다. 한철 입고 버리는 금새 입고 금방 소모되어 버리는 그런 패션들. 근데 이런 패션계의 유행이 가요계에도 따라 붙지 않았나 싶다. 이와 같이 공장에서 찍어낸듯한 무한 가사와 멜로디의 반복. 이런 것들이 오히려 음반 시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과거 우리 나라의 가요는 시보다 서정적인, 시보다 멋진 가사를 가진 노래들이 많이 있었다. 시낭송 프로그램에서 가요의 가사를 읊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가요의 가사들은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지금 현재 불려지는 과거의 노래들. 그 노래들은 대부분 시대의 유행에 편승한 노래들 보다는 스스로 유행을 개척해 나갔다. 나중에, 20년, 30년 후에도 불리워질 수 있는, 현재의 후크송 코드를 탈피한 노래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