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안된 10월의 어느날,
교도소간 이송버스에서 탈출한 지강헌이 서울의 어느 가족을 인질로 잡은 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무죄 판결을 받고, 돈이 없는 사람은 유죄 판결을 받는
즉, 뇌물이나 횡령 같은 비리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는 것을 꼬집는 표현이었는데요,

실제 지강헌이 탈주한 이유도 5000만원 훔친 자신보다
600억을 횡령한 전경환의 형량이 훨씬 적는 등의 이유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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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월 27일 대법원의 판결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뛰어넘는 새로운 유행어가 생겨나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여당무죄, 야당유죄' 인데요,

박연차 회장이 돈을 줬다고 주장한 세명의 정치인, 이광재 도지사, 서갑원 의원, 박진 의원
이 세사람의 판결이 당적에 따라서 달랐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 소속인 박진 의원은 의원직이 유지되었고,
민주당 소속인 이광재 도지사와 서갑원 의원은 각각 지사직과 의원직을 상실하게된 것입니다.

이들이 유죄판결로 직위를 상실하게 된 데에는 다른 증거는 없었습니다.
바로 박연차 회장의 진술의 타당성이 인정된 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박연차 회장의 진술이 유독 박진 의원에게만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박연차 회장은 불법 정치자금을 주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검찰의 기소도 바로 이와 같은 박연차 회장의 진술에만 의존을 한 것이었습니다.

이광재 도지사가 유죄판결을 받은 이유는
'여권의 실세였던 이당선자가 당시 만은 권한을 남용하거나
또 대가성을 가지고 일을 부정하게 처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직위가 높을수록 처신을 조심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비난의 여지가 있다'는 판결(2심 판결문)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았지요.

그러나 박진 의원의 경우
"2만 달러를 받았다는 공소사실의 직접 증거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유일한데
돈을 건넨 장소로 지목된 화장실 앞 복도가 타인에게 노출되기 쉬운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 만평



물론 혐의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가 해야할 일이고,
어찌되었든, 이와 같은 사법부의 결정과 판단은 존중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같은 혐의, 같은  기소 내용이었고,
증언도 대동소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판결이 달랐다는 점은
사법부가 정치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느 누군가는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어느 누군가는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들 사이에서 가장 큰 차이는 당적 이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법앞의 평등이라는 원칙, 즉 형평성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만약의 어려움이 있을 때 의지해야하는 마지노선이 법이라는 점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더불어 '여당무죄, 야당유죄' 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는 것은
사법부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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