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의 특가법상의 뇌물 수수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동안 공판 관련 기사들을 접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저 검찰이 지난 정권초기 고개 빳빳이 들고 대통령과 맞짱을 뜨겠다고 했던 그 검찰이 맞나... 생각이 들었고요. 우리나라 검찰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수사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찰. 정말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곳입니다.

초, 중, 고 시절 수재라는 이야기 들었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검사가 되기도 정말 힘듭니다. 정말 공부 잘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도 각 대학별로 제일 커트라인이 높다는 법대에 들어가서 죽어라고 법률공부만 하다가, 다시 사법고시를 쳐야 하죠. 사법고시만 통과하면 검사 아무나 되나요? 아닙니다. 사법 연수원에 들어가서 빡시게 경쟁하여 통과한 소수의 사람만 검사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선택의 선택의 선택의 과정을 통해서 정말 선택된 사람만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검사 입니다.

그런데... 한명숙 전 총리의 공판 과정 중에서 보여진 검찰의 모습은...





머... 이런 느낌이랄까요...

결정적 증인 이라고 하는 곽영욱 전 사장의 오락가락 하는 진술에 휘둘리는게 오히려 안되보인다고나 할까요? 공판을 보면서 혹시 검찰이라고 하는 무섭고 강한 이미지를 한번에 씻어버리기 위해서 이런 사건을 만든게 아닐까? 우습고 친근한 OO 이미지로의 급격한 이미지 변화를 위해서? 라는 어이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뇌물수수 혐의라고 하는 것은 진술의 일관성,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이 인정이 되어야 그 죄를 인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단 결정적이면서 유일한 증인인 곽 전 사장의 진술은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10만달러 줬다, 안줬다, 3만달라 줬다, 5만달라 줬다... 금액도 바뀌고 있으며, 직접 줬다, 한 전총리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직접건네줘서 핸드백에 넣었을 것이다, 식탁 의자위에 놓아두었다... 전달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뇌물죄의 가중처벌 규정상, 수뢰액이 3천만원이 넘어야 가중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가중처벌이 되어야 5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이 줬다고 하는 3만달러는 당시 환율로 3천만원이 채 안되는 금액이라 검찰과의 딜로 인해 5만달러로 금액을 높였다고 하는 의혹시 일 정도 이니, 곽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은 이 공판을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다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검찰 수사 과정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뇌물을 주었다고 하는 시기도 2007년, 2007년 3월, 2007년 1월, 2006년 가을 등으로 오락가락 하다가 2006년 12월로 다시 변경이 되었습니다.





먼가 냄새가 좀... 납니다.

또한 공판 과정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뇌물을 받았다 또는 인사 청탁이 있었다, 그리고 한명숙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의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증언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곽 전 사장 조차도 법정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인사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의자위에 놓인 돈을 발견하고 근처에 있는 서랍장에 넣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 짧은 시간에 상황판단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거의 동시에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있어야 할까요? 

모두 일어납니다.
그리고 나가고 있습니다.
이 순간 한 전 총리는 의자위에 놓인 돈을 발견합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 이 돈은 곽 전 사장이 나에게 청탁을 위해 주는 돈이구나'라는 것을 직감하고
순식간에 집어듭니다.
그러나 본인 옷에 주머니가 없다는 것과 핸드백이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데
0.1초의 망설임도 있어서는 안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서랍장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돈을 넣고 다시 닫고...
그리고 다시 일행들과 붙어서 나갑니다.

 
이게 가능할까요?

곽 전 사장은 총리공관에서의 현장 검증에서 "(나올때의 ) 총리 님 위치는 어디었나?" 라는 질문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총리님이 좀 늦게 나왔다"고 답변을 합니다.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사실 우리가 걸어보면 10초 차이도 꽤 거리차가 많이 납니다. 또한 전화 통화할때도 통화시 10초 이상의 공백이 생기면 어? 무슨 일 있나? 라고 생각 할 정도의 큰 시간 입니다. 하지만, 넉넉하게 잡아서 15~20초 정도를 곽 전 사장이 동시다발적으로 라고 표현 했다고 하더라도, 위 과정을 다른 사람이 이상함을 눈치못채도록 수행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봉투가 의자위에 놓여있으면, 봉투 한번 쳐다보고 사람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 다시 봉투를 쳐다보는 식으로 봉투와 그 사람을 연관시키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냥 아 이건 봉투구나 라고 별개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의 어떤 봉투구나 라는 인지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깨닫게 되겠죠. 아... 뇌물이구나. 그리고 나서 본인의 상황을 깨달아야 합니다.
복장은 어떤지, 주위에 누가 보는 사람은 없는지, CCTV는 없는지. 길거리에서 돈을 주워도 누구 보는 사람 없지? 라고 둘러보는게 인간의 본능입니다. 하물며 본인의 홈그라운드에서, 그 돈을 받은 것이 나중에 밝혀지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이것을 받아도 되나? 아니면 돌려줄까? 일단 넣어두었다가 나중에 돌려줄까?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전에 협의가 된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죠.
 이 모든 상황이 1초안에 고민을 끝냈다고 하더라도 서랍장으로 조용히, 그러나 누가보더라도 이상하지 않게 움직여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용히 서랍장을 열어서 돈봉투를 넣어둡니다. 총리공관 현장 검증에서 검찰 측이 보인 시범에서는 문이 열린 상태에서 밖에서도 서랍을 여는 "드르르륵"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검찰이 일부러 시끄럽게 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소리가 크게 난다는게 증명이 되면 검찰로서는 불리할 테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소리가 났다는 건, 소리없이 열기 위해서는 정말 신중하게 서랍을 열어야 한다는 뜻이겠죠. 다른 사람이 잠을 자는 방에서 서랍이나 옷장을 열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용히 열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리고 서랍장을 열어도 돈을 던져 넣을 수는 없습니다. 툭 소리가 들리면 안되기 때문이죠. 조용히 서랍에 넣어두고 다시 신중하게 서랍을 닫습니다. 이 과정... 아무리 안걸려도 15초 이상 걸립니다. 그리고 이제 한 번 더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일 없었다는 표정으로 일행에 합류합니다.

어떻습니까?

곽 전 사장이 이야기한 "동시다발적"인 퇴장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은가요?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타고난 "꾼"입니다. ㅎ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사건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를 기소하는 데에는 곽 전 사장의 증언 뿐 아니라 여러가지 증거가 있다 라고 이야기를 해왔지만, 이번 공판에서 드러난 것은 오직 검찰의 준비 부족과 무리한 기소 였습니다. 검찰 내부에서 조차 대체 왜 기소했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니 말이죠. 그렇다면, 왜 검찰에서는 이렇게 급하게,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한 전 총리를 기소 했을까요? 그것은 머... 다 아시는 6월 2일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말이죠.





6월 2일 지방선거와 한명숙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왜 하필 한명숙 전 총리를 기소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월 2일 지방선거.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인 5월 23일의 10일 후에 치뤄지는 선거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가 강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집권 중간에 열리는 지방선거 라는 것은 보통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분위기가 크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는 여당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는 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경상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들도 경상도에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도 경상도 출신이기도 하구요. 그러면 그 추모 열기가 커질수록 정권의 설자리는 점점 작아질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열기에 찬물을 끼얻는 것이었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단한 줄 알지? 야, 알고 보니 노무현 대통령의 추종자들도 다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더라. 권력에 있을 때 뇌물이나 받아먹고... 다를 거 하나 없어" 라는 생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친노 의 수장격인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팔 하나, 다리 하나 공격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

한명숙 전 총리는 단순한 서울시장 유력 후보 가 아닙니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반MB의 선두에 있는 정치인입니다. 한명숙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갈 수록 친노 진영 전체의 분위기가 상승합니다. 또한 한명숙에 대한 지지율을 급락시킬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급락의 이유가 부정부패라고 한다면 친노 진영 자체를 무너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 전 총리의 선고공판은 공교롭게도 한국, 그리고 전세계 사법사상 가장 치욕적인 암흑의 날을 떠올리게 합니다. 인혁당 사건. 1975년 4월 8일 인혁당 사건으로 8명이 사형 선고를 받고, 바로 그 다음날인 4월 9일에 이례적으로 사형이 집행됩니다. 그러나 그 후 2009년에 인혁당, 민청학련 관계자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35년전 한국의 사법계는 권력의 시녀의 모습을 보이며 법의 파괴자임을 자처하며 법의 수호자로서 자살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스스로 자초한 사법부 불신. 35년 후인 내일 2010년 4월 9일 사법부는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요?






이런 공판과정에도 불구하고 유죄 또는 일부 무죄 판결이 난다면, 국민들은 또한번 좌절하고 분노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법부는 선택. 어떤 선택을 할지는 스스로 선택하여야 합니다. 정권의, 특히 보수 세력의 대변인으로 자리잡을 것인가, 대한민국의 정의의 수호자가 될 것인지는 내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선고에 달려있습니다.


p.s. 위 사진은 우리나라 법과 정의의 여신이 아닌 서양의 법과 정의의 여신입니다.
       우리나라의 법과 정의의 여신은 눈을 뜨고 있고, 의자에 앉아있으며, 검이 아닌 책을 들고 있습니다.
       서양의 법과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려 한쪽으로 치우치는 판결을 방지하여 공정하게 판결을 하고,
       앉아있지 않고 서있어 그저 자리에 안주하지 않으며 
       검을 들고 있는 것은 명확한 단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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