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Vogue 특집 화보 촬영을 위해 20대에서 60대까지의 각 세대별 대표 여배우가 모두 모인다. 바로 김옥빈, 김민희, 최지우, 고현정, 이미숙, 윤여정.

이름만 들어도 기가 쎄보이기로 유명한 바로 그 배우들이 모여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

야, 이거 정말 리얼이야?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의 대사는 현실을 오간다. 현실성이 넘친다. 고현정이 출연한 무릎팍도사를 이야기하며 영화속 보그의 에디터에게 촬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어? 이거 대본 아닌거 같은데? 대사들이 진짜같아 라는 살아있는 느낌. 또한 이날 찍은 화보 사진들은 패션지 VOGUE의 특별호 표지로 실렸으며, 이들이 찍은 개인 사진과 인터뷰는 영화 개봉 전에 역시 VOGUE에 실렸기 때문에 더욱 현실과 영화를 오가게 된다.

실제로 이재용 감독도 이들이 얼마나 진실을 이야기하며 연기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여배우들> 은 본질적으로 '여배우들'이 '자신이 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여화다. 이재용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그들이 얼마나 진실을 이야기하고 연기로 그걸 보여줬을지는 관객도, 나도 모르고 서로들 모를 수 있다."

                                                                                                                             - 씨네 21 -


김옥빈은 제일 먼저 촬영장에 도착하고도 선배 여배우들이 무섭고 낯설어 스튜디어오 들어가지 않고 주차장 차안에서 몰래 숨어있고, 김민희는 촬영장에 오토바이를 타고 시원스레 들어가고, 고현정은 촬영장에 가기 귀찮아 곧 간다고 하고 그냥 쇼파에 누워있다. 윤여정은 아무래도 자기가 다른 사람의 땜방으로 들어온거 같다며 원래 누구였는지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최지우는 '기쎈'여배우들과 함께 할 생각에 몸이 안좋다는 핑계를 대다가 결국은 늦게 나타나고, 이미숙은 그 등장부터가 카리스마다. 

그 후 이들이 모두 모인 상태에서의 신경전.

김옥빈에게 남자들이 좋아하게 생겼다는 말을 하자 김민희는 나도 남자들이 좋아한다며 발끈하고, 최지우가 늦게 오자 고현정은 이런애들 꼭 지가 늦게와야 스타인줄 안다며 신경질을 낸다.

이런 장면을 보며, 내가 여배우가 아닌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여배우들.




영화의 처음에 나왔던 글,

"세상에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배우들이 있다"  처럼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 그저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 속에 갇혀서 가상의 아름다움까지 꾸며내야만 하는 그들.

그들은 어쩌면 유령일지도 모른다.

대중들의 "고현정은 이럴꺼야..." "최지우는 이렇겠지?" 라는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유령.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 자신을 지켜야만 했고, 더욱더 강한 기를 내 뿜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들이 "여배우들" 이라는 존재를 전반부에 보여주다가
보석이 도착하지 않아 촬영이 지연되자
"여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여배우"라는 허상의 갑옷을 벗고 일반인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 순간,
여배우들은 얼마나 진실의 모습을 보여주었을까?

감독조차 구별해내지 못하는 진실과 연기.

이 모습 속에서 저 하늘의 별과 같던 여배우들이
우리가 길 가다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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